농부 한 명이 트랙터 두 대 지휘…LS엠트론, ‘군집주행’ 국내 첫 개발
- 유인 트랙터가 경로·작업정보 전달하면 무인 트랙터가 협업
- 600평 평탄화 작업시간 8분51초→5분15초…약 40% 단축
- RTK-GNSS·차량 간 통신 결합…다수 농기계 운용하는 무인 영농 기반
한 명의 작업자가 두 대의 트랙터를 동시에 움직이는 시대가 국내 농업 현장에도 다가오고 있다. LS엠트론이 유인 트랙터와 무인 트랙터가 작업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움직이는 ‘트랙터 군집주행’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면서 농촌 인력 부족에 대응할 새로운 농업 자동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LS엠트론은 자율작업 트랙터 MT9과 MT7에 군집주행 기술을 적용해 실증을 마쳤다고 31일 밝혔다.
트랙터 군집주행은 작업자가 탑승한 선두 트랙터가 전체 작업을 이끌고, 뒤따르거나 나란히 움직이는 무인 트랙터가 경로와 작업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받아 협업하는 기술이다. 작업자는 탑승한 트랙터에서 다른 트랙터의 위치와 작업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자율작업 트랙터가 한 대의 차량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작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군집주행은 여러 대의 농기계가 서로의 위치와 속도, 작업 진행 상황을 파악하며 동시에 움직인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평가된다.
운용 방식은 작업 목적에 따라 직렬과 병렬로 나뉜다. 직렬 군집주행에서는 앞선 트랙터가 볏짚을 모으는 레이키 작업을 수행하고, 뒤따르는 무인 트랙터가 이를 압축하는 베일러 작업을 맡는다. 기존에는 두 명이 각각 농기계를 운전해야 했던 연속 작업을 한 명이 한 번의 주행으로 처리할 수 있다.
병렬 군집주행에서는 두 대의 트랙터가 위치를 공유하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움직인다. 넓은 농지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파종이나 수확처럼 정해진 시기에 작업을 마쳐야 하는 농사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 과정에서는 작업시간 단축 효과도 확인됐다. 600평 규모 농지에서 흙을 잘게 부수고 평탄화하는 로터리 작업을 진행한 결과 기존 방식으로 8분51초가 걸렸던 작업이 군집주행 적용 후 5분15초로 줄었다. 작업시간이 약 40% 단축된 것이다.
여러 대의 트랙터가 동시에 움직이려면 개별 차량의 자율주행뿐 아니라 차량 사이의 정밀한 위치 제어가 필요하다. 작은 오차도 작업 누락이나 중복, 농기계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S엠트론은 실시간으로 위치 오차를 보정하는 RTK-GNSS 기술을 적용해 정지 상태에서 2㎝ 이내, 작업 중에는 최대 7㎝ 이내의 위치 정밀도를 확보했다. 차량 간 직접통신인 V2V 기술과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도 결합해 두 트랙터가 실시간으로 속도와 간격을 조절하도록 했다.
이번 기술은 갈수록 심화하는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가 인구는 2025년 198만명으로 처음 200만명 아래로 내려갔으며, 올해는 194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농가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경지면적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농가 인구 1인당 경지면적은 0.77㏊로 전년보다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농지와 농가 인구가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농업인 한 명이 관리해야 할 작업량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군집주행은 부족한 농촌 인력을 단순히 기계로 대체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한 명의 숙련 작업자가 여러 농기계를 통합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농번기의 인력 부담을 줄이고,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넓은 농지를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LS엠트론은 2021년 자율작업 트랙터를 상용화한 뒤 국내 농지 환경에 맞는 기술을 축적해 왔다. 바둑판처럼 반듯하지 않은 농지에서도 스스로 경로를 설정해 작업하는 비정형 농지 자율작업 기술도 개발했다.
군집주행 기술이 실제 농가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차량 구매비와 통신 안정성, 작업 중 안전관리, 고장 발생 시 대응체계 등을 함께 갖춰야 한다. 농기계가 늘어날수록 작업 효율은 높아지지만, 한 명의 작업자가 여러 차량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 관제 화면과 비상정지 기능도 중요해진다.
향후에는 트랙터뿐 아니라 이앙기와 수확기, 방제기 등 서로 다른 농기계가 하나의 작업계획에 따라 협업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LS엠트론의 이번 기술은 한 사람이 두 대를 움직이는 단계를 넘어 다수의 무인 농기계가 농작업 전반을 나눠 수행하는 무인 영농으로 가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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