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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버스 500대가 바꿀 서울…차량 넘어 ‘도시 교통체계’ 다시 짠다

  • 서울시, 2026~2027년 시제품 개발 거쳐 2029년 대량 도입…2030년 500대 목표
  • 중앙버스전용차로·새벽·심야부터 시작해 일반차로와 교통취약지역으로 확대
  • 신호·정밀지도·관제·보험·사고 책임까지 통합해야 진정한 자율주행도시 완성

운전자가 없는 버스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시민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시범사업을 넘어 서울의 일상적인 대중교통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자율주행버스를 500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자율주행 기술 경쟁도 차량 중심에서 도시 교통체계 전반을 바꾸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시 민선 9기 정책을 설계하는 ‘G3 서울 기획위원회’ 교통혁신분과는 ‘월드클래스 대중교통 완성’과 ‘미래를 열어가는 모빌리티 혁신’을 양대 전략 목표로 제시했다.

핵심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를 기존 대중교통 체계에 편입하고, 2030년까지 500대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정규 노선과 배차계획, 교통카드, 환승체계 안에서 자율주행버스가 실제 대중교통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에서는 현재 6개 지구에서 자율주행버스 16대와 택시 7대, 수요응답형교통 1대 등 모두 24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누적 이용객은 23만4000명을 넘어섰다.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비롯해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등 새벽 노동자를 위한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주거지역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마을버스형 서비스가 운영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8년 실증과 시범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2029년부터는 차량을 대량으로 도입해 기존 시내버스를 단계적으로 대체하고 2030년 500대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초기에는 운행 환경이 비교적 단순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차량이 적은 새벽·심야시간대에 우선 투입한다. 기술의 안전성과 운행 신뢰성이 확보되면 일반차로와 복잡한 도심 노선으로 운행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버스전용차로는 승용차와 이륜차, 불법 주정차 차량이 뒤섞이는 일반도로보다 돌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정해진 노선과 정류장을 반복해서 운행하는 버스의 특성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행 환경을 학습하고 검증하는 데 유리하다.

로보택시보다 자율주행버스를 먼저 확대하는 서울의 접근은 도시교통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로보택시는 승객의 요청에 따라 출발지와 목적지를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지만 버스는 노선과 정류장,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어 자율주행의 작동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

한 대의 차량이 여러 승객을 수송한다는 점에서도 효과가 크다. 자율주행 기술이 개인 승용차나 택시 중심으로 확산하면 빈 차량의 이동과 교통량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지만, 대중교통 중심으로 적용하면 도로 혼잡과 이동 비용을 함께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율주행버스 500대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자율주행 교통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술과 함께 도로·신호·통신·지도·관제·보험·정비·운영제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여러 센서를 통해 보행자와 차량, 신호, 차선, 장애물을 인식한다. 차량 내부의 고성능 컴퓨터는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해 주행 경로를 결정하고 가속과 제동, 조향을 수행한다.

하지만 복잡한 도심에서는 차량 자체의 센서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대형 차량에 가려진 보행자와 긴급차량, 갑작스러운 공사구간, 지워진 차선, 폭우와 폭설, 경찰관의 수신호처럼 사전에 학습하기 어려운 변수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도로 기반시설이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를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신호등의 상태와 남은 시간을 차량에 전달하고, 교차로 사각지대의 보행자 정보를 공유하며, 공사와 사고로 변경된 차로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차량·사물 통신체계가 필요하다.

차선과 도로표지, 정류장 위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 운전자는 흐릿한 차선이나 임시 표지판의 의미를 주변 상황과 경험으로 추론할 수 있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은 정보가 불명확하면 급제동하거나 운행을 중단할 수 있다.

정밀지도 역시 한 번 구축한다고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도로 구조와 제한속도, 신호체계, 공사구간, 정류장 위치가 바뀔 때마다 신속하게 갱신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가 이용하는 노선부터 지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공공 데이터 체계가 요구된다.

모든 상황을 차량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원격지원센터의 역할도 커진다. 자율주행버스가 공사 차량이나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멈추면 원격 운영자가 차량의 상황을 확인하고 우회 경로를 승인하거나 제한적인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원격지원은 자율주행차가 대규모로 운행되기 위한 핵심 안전망이지만 새로운 위험도 만든다. 통신 지연이나 기지국 장애, 관제시스템 오류가 여러 대의 차량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통신이 끊어졌을 때 차량이 안전한 곳에 정차하고 승객에게 상황을 안내하는 최소위험 운행 절차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자율주행의 단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현재 일반 승용차에 적용되는 많은 기술은 차량이 조향과 속도를 보조해도 운전자가 계속 도로를 감시해야 하는 레벨2에 해당한다.

레벨3는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운전을 맡지만 필요할 경우 사람에게 운전권을 넘긴다. 레벨4는 정해진 지역과 도로, 날씨, 속도 등 사전에 설정된 운행설계영역 안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단계다.

어떤 장소와 기상 조건에서도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하는 레벨5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이 추진하는 자율주행 대중교통도 처음부터 모든 도로를 자유롭게 다니는 형태가 아니라 지정된 노선과 시간, 조건에서 작동하는 레벨4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도 추진한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전용차로 등 빠른 대중교통 수단으로부터 800m 이내에 있는지를 분석하는 ‘빠른 대중교통 접근성’ 지표를 활용해 교통 사각지대와 우선 개선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버스전용차로를 확충하고 기존 노선을 연계하거나 자율주행 마을버스와 수요응답형교통을 투입하는 지역별 대책을 마련한다.

다만 직선거리 800m만으로 실제 접근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거리라도 언덕과 계단, 대형 교차로, 보행로 단절 여부에 따라 고령자와 장애인, 어린이가 느끼는 이동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배차 간격과 첫차·막차 시간, 환승 횟수, 정류장까지의 보행 안전성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는 기존 노선을 단순히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가 지하철역과 병원, 복지시설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구간을 보완하는 데 우선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와 실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34개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가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뿐 아니라 농어촌과 산업단지, 관광지역, 물류 노선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시험되고 있다.

정부는 광주에 자율주행차를 대규모로 투입하고, 고속도로 전 구간을 시범운행지구로 활용해 터미널 간 자율주행 화물운송을 실증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벽지와 농어촌 등 교통취약지역에서 주민 이동권을 보완하는 사업도 확대하는 방향이다.

글로벌 경쟁은 로보택시를 중심으로 이미 시범운행을 넘어 상업 운송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 여러 도시에서 운전자 없는 유료 승차 서비스를 운영하며 지역을 넓히고 있다. 웨이모는 2025년 한 해 약 1500만 건의 운행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교통당국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지원하면서도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차량에 맞게 기존 안전기준을 개편하고 있다. 자율주행시스템과 운전자보조시스템이 작동한 상태에서 발생한 일정 범위의 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실제 도로에서의 안전 데이터를 축적한다.

중국은 우한과 베이징, 선전 등 대도시에서 바이두 아폴로고와 포니AI, 위라이드 등이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중동과 유럽의 차량호출 플랫폼 및 교통당국과도 협력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빠른 확장은 대규모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차량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다수 차량이 동시에 멈추는 시스템 장애나 통신망 의존 문제도 자율주행 교통망의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량 한 대의 고장과 달리 중앙 시스템이나 통신 장애는 전체 운송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보다 상용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신중하지만 자동·무인 차량을 위한 형식승인과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국가 간 제도를 통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러 국가가 국경을 넘는 공동 실증구역을 조성해 서로 다른 도로환경과 법체계에서도 운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이다.

각국의 사례는 자율주행 경쟁이 소프트웨어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를 어떻게 보고하고 조사할지, 원격 운영자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시스템이 판단한 근거를 어떻게 보존할지와 같은 운영 규칙이 기술만큼 중요하다.

사고 책임의 기준도 명확해져야 한다. 현재는 운전자와 운수회사가 사고 책임의 중심에 있지만 레벨4 버스에서는 차량 제작사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지도·통신 사업자, 원격관제 운영자, 정비회사까지 사고 원인에 관여할 수 있다.

사고 발생 시 차량 센서와 제어 기록, 지도 업데이트, 통신 상태, 원격 개입 내역을 보존하는 데이터 기록장치가 필요하다. 독립된 조사기관이 해당 자료에 접근해 사람의 과실인지 시스템의 판단 오류인지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같은 유형의 사고를 반복하지 않도록 사고와 운행 중단, 급제동, 수동 개입 사례를 공개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 시민이 안전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된 공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보안은 자율주행 교통의 또 다른 안전 문제다. 차량과 신호, 관제센터가 통신망으로 연결될수록 외부 침입과 위치정보 유출, 악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위험도 커진다.

차량 제어망과 승객용 인터넷을 분리하고 통신과 저장 데이터를 암호화해야 한다. 업데이트 파일의 출처를 검증하고 침해가 발생하면 전체 차량을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는 대응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가 수집하는 영상에는 보행자와 차량번호, 승객의 이동 경로가 포함될 수 있다. 안전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는 활용하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최소한으로 수집하고 보관 기간과 이용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버스 운전 노동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가 확대되면 운전 인력 부족과 새벽·심야 근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지만 기존 종사자의 일자리가 단기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도 커질 수 있다.

초기에는 안전요원과 원격관제 인력, 차량 정비사, 소프트웨어 점검 인력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에 업무가 즉시 무인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운전 종사자가 원격운영과 안전관리, 교통약자 승하차 지원 등의 업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자격체계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단순한 운송 서비스가 아니라 고령자와 장애인, 어린이 등 다양한 시민을 보호하는 공공서비스다. 휠체어 승강장치와 저상버스 구조, 음성·화면 안내, 비상통화, 승객 쓰러짐 감지 등 차량 내부의 안전·접근성 기술도 자율주행 성능과 같은 수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 500대의 성과를 차량 대수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사고와 운행 중단 횟수, 1㎞당 원격 개입 건수, 정시 운행률, 급제동 빈도, 교통약자의 이용률, 승객 1인당 운영비와 에너지 소비량 등을 공개해야 한다.

기존 버스와 비교해 사고가 줄었는지, 새벽과 심야의 대기시간이 얼마나 짧아졌는지, 교통 사각지대 주민의 이동시간이 실제로 개선됐는지가 더 중요한 성과지표다.

서울의 강점은 높은 대중교통 이용률과 촘촘한 버스·지하철망, 교통카드와 실시간 운행정보 체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통신, 지도, 플랫폼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산업 기반도 있다.

자율주행버스 사업이 확대되면 완성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센서, 차량용 반도체, 정밀지도, 통신, 관제 플랫폼, 사이버보안, 보험, 정비 등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반면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관제 플랫폼에 도시 교통망이 종속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운행 데이터의 관리 권한을 확보하고 서로 다른 제작사의 차량과 관제시스템이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방형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2030년 자율주행버스 500대는 도전적인 목표다. 2028년 실증을 마친 뒤 2029년부터 불과 2년 동안 대규모 차량을 도입하려면 차량 제작과 안전인증, 충전·정비시설, 원격관제 인력, 운수회사 협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실증 과정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으면 도입 대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원칙도 필요하다. 정해진 숫자와 일정에 맞추기 위해 안전 검증을 서두르는 것보다 단계별 통과 기준을 공개하고 충족한 노선부터 확대하는 것이 시민 신뢰를 얻는 길이다.

자율주행 교통의 최종 목적은 운전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와 이동 비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과 지역을 연결하며, 누구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서울의 500대 계획이 성공하려면 똑똑한 버스를 구매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차량과 도로, 신호와 관제, 사람과 제도를 하나의 교통체계로 설계할 때 자율주행은 보여주기식 미래 기술을 넘어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공공 인프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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