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보험서류 읽고 예외만 사람에게…보험 AI, ‘업무형 에이전트’로 진화

  • 한국딥러닝, 보험금 청구 문서 40여종 처리하는 ‘딥에이전트 for 보험’ 출시
  • 서류 분류·정보 추출 넘어 대조·검증과 1차 판단까지 자동화
  • 처리 속도만큼 정확성·설명 가능성·개인정보 보호가 확산의 관건

보험업계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상담 챗봇과 상품 추천을 넘어 보험금 청구·심사와 같은 핵심 업무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문서 내용을 읽어 전산에 입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여러 증빙서류를 하나의 청구 건으로 이해하고, 정상 건과 추가 확인이 필요한 건을 구분하는 ‘업무형 에이전트’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공공·기업용 시각지능 솔루션 기업 한국딥러닝은 보험금 청구 업무에 특화된 문서 AI 솔루션 ‘딥에이전트 for 보험’을 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솔루션은 보험금청구서와 진단서,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입퇴원확인서 등 보험금 청구·심사 과정에서 사용되는 문서 40여종을 처리한다. 대리청구 때 필요한 위임 관련 서류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개별 문서의 글자를 읽어 필요한 항목을 추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딥에이전트 for 보험은 여러 문서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하나의 업무 단위로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사고 유형과 진단명, 입원·통원·수술 여부 등 청구 조건을 분석해 필요한 서류가 모두 제출됐는지 확인한다. 필수 서류가 빠졌다면 누락 건으로 분류해 담당자에게 알린다.

서류가 갖춰진 청구 건에서는 각 문서에 적힌 진단명과 진료일, 청구금액 등의 핵심 정보를 추출한 뒤 서로 대조한다. 이후 보험 계약과 청구 기준을 적용해 정상 처리 가능 여부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1차로 검토한다.

정보가 일치하고 처리 조건을 충족한 정상 건은 후속 업무 시스템으로 자동 연결하고, 서류 누락이나 정보 불일치가 발견된 예외 건만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모든 청구 건을 처음부터 확인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AI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처리하고, 담당자는 복잡하거나 판단이 필요한 사례에 집중하도록 업무를 재설계한 셈이다.

이 같은 자동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보험사는 건당 처리비용과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다.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도 심사 대기시간이 짧아지고, 부족한 서류를 뒤늦게 안내받아 다시 제출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한국딥러닝은 제품 출시에 앞서 실제 보험금 청구 문서와 업무 기준을 활용해 사전 검증을 진행한 결과, 기존 수작업 방식보다 업무 처리 비용과 시간을 최대 91% 줄였다고 밝혔다.

다만 91%는 회사가 특정 검증 환경에서 확인한 최대 절감 수치다. 실제 보험사에 적용했을 때의 성과는 청구 문서의 품질과 업무 복잡도, 예외 건의 비율, 사람이 다시 검토해야 하는 범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험 AI의 실질적인 성과를 평가하려면 단순한 문서 인식률뿐 아니라 정상 건의 자동 처리 비율, 잘못 분류된 청구 건의 비중, 평균 보험금 지급 기간, 재검토율과 고객 민원 변화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빠른 처리가 부정확한 판단이나 반복적인 보완 요청으로 이어진다면 자동화의 효용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의료·금융정보를 다룬다는 점도 중요한 과제다. 보험금 청구 문서에는 질병과 치료 이력, 주민등록정보, 금융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어 데이터 암호화와 접근권한 관리, 이용 목적을 달성한 정보의 안전한 폐기 절차가 필요하다.

AI가 어떤 문서와 항목, 보험 기준을 근거로 결과를 도출했는지 기록하는 설명 가능성과 감사 체계도 갖춰야 한다. 정보 추출 오류나 잘못된 판단이 발생했을 때 담당자가 원인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하며, 보험 가입자에게도 이의를 제기하고 사람의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금융당국도 금융 분야의 AI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보안과 위험관리, 책임 소재, 사람의 통제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보험금 지급이나 계약 인수처럼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업무일수록 AI가 결정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정형 업무와 1차 검토를 지원하고 최종 책임은 보험사가 지는 구조가 중요하다.

보험업계에서는 범용 생성형 AI보다 산업별 문서와 계약 조건, 심사 규칙을 이해하는 특화 AI의 활용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험 업무는 유사한 형식의 문서가 반복적으로 제출되는 동시에 여러 서류를 교차 검증해야 해 문서 AI를 적용하기에 적합한 분야로 평가된다.

한국딥러닝은 현재 일본 대형 보험사를 포함한 해외 보험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금 청구와 심사를 넘어 계약 관리, 인수심사, 보상 등 보험 업무 전반으로 솔루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언어만 번역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마다 다른 의료문서 양식과 보험약관, 개인정보 규정, 청구 관행을 현지 기준에 맞춰 반영해야 한다. 보험사의 기존 전산 시스템과 안정적으로 연동할 수 있는지도 사업 확장의 중요한 조건이 될 전망이다.

보험 AI의 경쟁 기준도 모델의 크기나 화려한 기능에서 실제 업무성과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문서를 얼마나 많이 읽는지보다 사람의 검수 시간을 얼마나 줄이고, 오류 없이 보험금 지급을 얼마나 앞당기는지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딥에이전트 for 보험의 출시는 문서 AI가 단순한 정보 입력 도구에서 보험 업무의 흐름을 관리하는 실행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보험금 지급은 가입자의 재산과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속도와 비용 절감만으로 성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보험 AI의 다음 승부처는 자동화율 자체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자동화다. 정상적인 청구는 더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복잡하고 모호한 사례는 사람에게 정확히 넘기고, 판단 과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출 때 보험사의 효율성과 소비자의 편익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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