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전격 시행…휘발유 도매가 1724원 상한
-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가격 규제 도입
-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 설정해 급등한 국내 기름값 안정 목표
- 매점매석 금지·정유사 손실 사후 정산 등 시장 안정 장치 병행
정부가 급등하는 국제유가로 인한 국내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13일 0시부터 시행한다. 이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석유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다.
정부는 12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제도는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내 주유소 가격이 급등하자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정유사가 최근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보다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 낮은 수준이다. 이 가격은 13일부터 26일까지 약 2주간 적용된다.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 약 1897원, 경유 약 1917원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도매가격 상한이 1700원대 초반으로 제한되면 주유소 판매가격도 지역별로 1700원대에서 1800원대 초반 수준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된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직접 규제하지 않지만, 정부는 가격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과도한 인상이나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매점매석 행위를 막기 위해 정유사와 주유소를 대상으로 석유류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한다. 해당 조치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약 두 달간 적용되며, 위반 시 물가안정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정유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은 정부가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한다. 정유사는 원가 구조를 반영해 손실액을 산정한 뒤 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정부에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석유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정산위원회를 통해 이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추진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이에 따라 국내 유류 가격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재조정할 계획이다. 기준가격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을 반영하고 여기에 각종 세금을 더해 상한선을 다시 설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고급휘발유는 이번 최고가격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 흐름과 국내 시장 안정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 유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고가격제 시행 효과를 점검한 뒤 필요할 경우 유류세 인하 확대 등 추가적인 가격 안정 대책도 검토할 방침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 가능성 등 정책 운용의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급격한 유가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