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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 폭풍, 글로벌 경제 뒤흔든다… 한국 기업 생존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어 2월 13일에는 ‘상호 관세 계획’을 통해 다른 국가들의 관세율에 맞춰 미국의 관세를 조정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각국 기업들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별로 그 영향과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자동차 산업: 멕시코 생산기지 직격탄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멕시코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아의 경우 연간 2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중 15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확대하는 등 제품 믹스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산업: 삼성·LG, 멕시코 공장 재배치 고심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멕시코에 대규모 가전제품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주에 냉장고 공장을, 티후아나에 TV 공장을 두고 있으며, LG전자는 레이노사, 몬테레이, 라모스 아리스페 등지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테네시주 세탁기·건조기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생산을 검토하는 등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 4월 추가 관세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4월부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현재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 대부분은 미국 내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자급률 제고 정책과 맞물려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식품·패션·뷰티 산업: K-브랜드 성장세 제동 우려
최근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하던 한국의 식품, 패션, 뷰티 브랜드들도 비상이 걸렸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공장 없이 전량 국내 생산 후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과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 부과 시 수출가격에 전액 반영할지, 일부는 자체 부담할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올 여름 텍사스주에 베이커리 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등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에너지·조선 산업: 기회 요인도
반면 에너지와 조선 산업 등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군력 증강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원유와 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면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국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가격 경쟁력 이외의 차별화 요소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방미 일정에서 미국 측에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또한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 가동 등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하며 무역 불균형 해소 의지를 피력했다.

결국 이번 관세 폭풍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되, 장기적으로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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