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기획

모빌리티 혁명: 도심항공교통(UAM)의 현재와 미래하늘을 여는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

  • 여의도~인천공항 15분 시대, 현실이 된다
  • 2025년 세계 최초 상용화 목표… 국내 기업 각축전
  • 기술과 제도 과제 여전… 정부는 ‘UAM 생태계’ 총력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를 단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곧 현실이 된다.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기 추진 항공기를 활용해 도시 내 또는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3차원 교통체계다. 교통 체증, 시간 낭비, 환경오염이라는 현대 도시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2020년 발표한 ‘K-UAM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세계 최초로 UAM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UAM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09억 달러(약 14조 원)에서 2030년 615억 달러(약 81조 원), 2040년에는 6,090억 달러(약 804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미래항공교통(AAM) 시장은 2040년까지 1조 달러(약 1,354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UAM 시장 역시 2025년 2억 1,000만 달러(약 2,773억 원)에서 연평균 25.8% 성장해 2040년에는 109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체 제조가 9.5%, 인프라가 15.5%, 서비스가 75%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UAM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UAM 부문에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2020년 CES에서 UAM 콘셉트 ‘S-A1’을 공개하며 UAM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4년이 지난 2024년에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S-A2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 안전성(Safe), 저소음(Quiet), 경제성과 접근 용이성(Affordable), 승객 중심(Passenger-centered)의 4대 원칙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S-A2는 현대차의 UAM 비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현대차의 UAM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승객 및 화물을 아우르는 포괄적 제품군 구축이다. 둘째,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이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의 강점을 UAM에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셋째, UAM 생태계 구축이다. KT, 대한항공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K-UAM 실증사업에 참여하며, 기체 제작부터 인프라, 서비스 운영까지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초기에는 해외 eVTOL 제작업체 투자에 집중했다. 2019년 미국 오버에어에 약 2,500만 달러(약 350억 원)를 투자했고, 2022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00만 달러(약 900억 원)를 추가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한화시스템은 전략을 선회해 국방용 미래비행체(AAV)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방용 기체는 승객 운송이 아닌 물자 수송, 정찰 등이 목적이어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군사용 AAV는 지휘통제, 인원·물자 수송, 타격, 의무후송, 정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항공법이 정비되면 민간용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은 또한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등과 함께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운항정보 기반 UAM 교통관리 및 운항관리 자동화 핵심기술 개발’, ‘UAM 운항공역 감시정보 획득·융합 핵심기술 개발’, ‘버티포트 네트워크 기술 표준안 연구 및 통합 운용시스템 개발’ 등 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사업의 3개 과제를 수주했다.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2020년 6월 ‘K-UAM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2023년 10월에는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심항공교통법)을 제정해 2024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또한 정부는 UAM 기술 검증을 위해 ‘K-UAM 그랜드 챌린지’라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국, 영국, 프랑스의 실증사업과 함께 세계 4대 UAM 실증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4년 12월에는 전남 고흥 K-UAM 실증단지에서 열린 ‘K-UAM 그랜드챌린지’ 공개 비행 시연에서 실제 도입될 운항시스템과 기체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정부는 또한 2024년 5월부터 3년간 총 1,007억 원을 투입해 항행·교통 기술, 버티포트, 안전인증기술 등 3개 분야의 기술개발을 본격 지원한다.

UAM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체 인증체계와 표준화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차 그룹의 미국 UAM 법인 ‘슈퍼널’ 등 일부 기업은 세부 작업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술수준은 인프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최고 기술국 대비 70% 이하로 평가된다. 특히 자율비행 기술, UAM 통합 교통관리, 운영 자동화 및 데이터 활용 통합 시스템 등의 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도 실증사업과 시범사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상용화 단계에 대비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까지 UAM 상용화 시범 노선을 운영하고, 2029년까지 한강, 중랑천, 안양천 등 하천을 중심으로 광역 노선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용산, 잠실, 여의도 등 대단위 개발지구와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UAM 터미널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UAM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이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의 중심에 서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2025년은 UAM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항공모빌리티 법인 슈퍼널이 개발한 ‘S-A2’ 실물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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