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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뮤지엄, 위기 뒤에 드러난 구조적 문제…근본 개편이 외식업 전반의 경고가 되는 이유

  • 단기계약·과도한 업무 편중…외식 브랜드의 반복되는 리스크
  • 지문인식 오류부터 인력 공백까지, 시스템 취약점이 만든 신뢰 붕괴
  • 팬덤 브랜드의 성장 공식이 ‘지속가능 운영모델’과 충돌할 때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 엘비엠이 근로환경 전면 개선안을 내놓았다. 20대 직원 사망 의혹 이후 불거진 근로기록 공백, 인력 부족, 장시간 노동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지만, 이번 사태는 한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외식업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읽힌다.

엘비엠은 인사 전문가 영입, 단기근로계약 구조 개선, 정규직 비중 확대, 본사 대응팀 신설, 근무기록 교차검증, ERP·지문인식 시스템 도입 등 다층적인 개편을 발표했다. 인력 구조 재정비와 안전보건 강화, 산재 모니터링 체계 구축까지 포함된 이 패키지는 그 자체로는 과감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제야 기본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외식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할 때 발생하는 ‘현장 리스크의 방치’다. 인기와 매출이 급증하면 매장 운영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지만, 인력 구조·프로세스·관리 시스템은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단기계약과 스케줄 중심의 조직 운영은 업무량 변동에 매우 취약해 갑작스러운 결원이 곧 과로·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가 확산된 핵심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지문인식 오류로 실제 근무기록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회사 측 설명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인력관리 체계 전반의 불안정성을 상징한다. 외식업에서 근무기록 시스템은 노동 리스크의 ‘최후 방어선’인데, 이 부분이 무너지자 브랜드 신뢰도와 윤리성까지 함께 흔들렸다.

엘비엠이 발표한 개편안에서도 눈에 띄는 요소는 ‘즉시 지원팀’과 ‘1.5배 인력 확충’ 조치다. 이는 외식업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리스크—즉, 갑작스러운 주문 증가·휴가·결원에 대응할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팬덤 기반 브랜드일수록 수요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유연한 인력 운영체계는 운영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한편 이번 위기는 외식업 경쟁력이 단순 메뉴 개발이나 인테리어 감각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의 완성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수십 년 동안 시스템 구축에 집착하는 이유도 노동 리스크와 품질 편차가 브랜드 생명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기 베이커리·카페 브랜드들이 팬덤 중심의 성장 방식에서 지속가능 경영 체계로 전환하지 못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엘비엠이 내놓은 조치들이 향후 실제 매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이행될지, 그리고 이 조치를 통해 브랜드 신뢰가 회복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이 다른 외식 브랜드들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시대에는 ‘맛집’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인력관리·근로환경 문제를 덮을 수 없다. 이제 외식업 경쟁력의 핵심은 얼마나 안전하고 구조적으로 설계된 운영모델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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