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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문장으로 300쪽… 헝가리 ‘묵시록 문학 거장’ 노벨상 영예

  • 2025 노벨문학상,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수상
  • ‘사탄탱고’로 세계문단에 충격… 문체 실험의 극단적 경지로 평가
  • “인류의 종말을 응시한 문학, 절망 속의 구원을 탐색하다”

2025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9일(현지시간) “그의 작품은 문학이 인간의 절망을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그 끝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54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동유럽의 사회주의 붕괴기와 인류 문명의 몰락을 주제로 한 소설들을 써왔다. 대표작 『사탄탱고』(1985)는 단 한 문장으로 300쪽을 채운 ‘묵시록적 대서사’로, 그 압도적인 문체 실험으로 세계문단에 충격을 던졌다. 이후 『저항의 멸망』, 『세이보리의 멜랑콜리』 등에서 인간 존재의 무력감과 구원을 탐구하며 ‘절망의 시인’으로 불렸다.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그의 작품은 난해함과 철학적 깊이로 인해 독자층이 제한적이지만, 문단에서는 “21세기 카프카”라는 평을 받을 만큼 강력한 미학적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문장 하나로 인간과 우주의 시간 전체를 감싸는 시도’는 현대문학에서 유례없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비평가 제임스 우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장은 끝없이 미끄러지며, 마치 한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벨라 타르 감독 역시 “그의 문장은 이미지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은 유럽 중심 문학의 전통 속에서 ‘언어 실험과 철학적 서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편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수상 소감에서 “문학이란 절망을 견디는 유일한 방식이며,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마지막 도피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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