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기획

넷플릭스의 확장, 자본의 종속 그리고 K컬처의 길: 글로벌 OTT 시대의 한국 문화산업 진단

  • 세계를 사로잡은 K콘텐츠, 그러나 넷플릭스의 그늘 아래
  • 문화 수출인가, 문화 하청인가 – 플랫폼 종속의 명암
  • 디지털 문화 주권을 위한 독립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전 세계 130개국에 동시 진출하면서 ‘콘텐츠 제국’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엔터테인먼트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며, 넷플릭스는 단순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 문화 자본으로 진화했다. 한국 콘텐츠 산업도 그 물결에 올라탔고, 동시에 깊은 의존과 복합적 영향을 받아왔다.

넷플릭스는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각국의 시청자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콘텐츠 제작에 반영한다.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장악해온 넷플릭스는, 이제 단순한 배급사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징어게임’과 ‘더 글로리’의 성공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증명했지만, 동시에 이는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유통망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에 콘텐츠 생산 주체인 한국 창작자들이 글로벌 플랫폼 자본에 종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고 IP(지식재산권)와 유통권을 독점하는 방식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제작사는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지만, 콘텐츠의 모든 권리를 넷플릭스에 넘기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창작자 주도의 콘텐츠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 한국 내 다수의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의 자본에 기대어 글로벌 진출을 노리지만, IP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수익 구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글로벌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현지화된 한국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코드에 맞춘 한국 배경 콘텐츠’로 변질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은 극장 개봉 이전 또는 동시에 콘텐츠를 공개하며 전통적 개봉 구조를 무너뜨렸다. 2024년 기준, 한국 내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대비 약 30% 이상 감소한 상태다. 대형 멀티플렉스 중심의 극장 산업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이미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경험 자체를 OTT 시청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상영 기회를 더욱 잃고,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넷플릭스를 통한 K드라마의 확산은 한국 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는 한류의 질적 심화라기보다 글로벌 시장 논리에 맞춘 콘텐츠 포맷의 일환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화 수출’이라는 개념이 아닌, ‘문화 하청’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또한, 넷플릭스의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은 다수 대중에게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만을 부각시키고, 실험적이거나 전통적인 가치 기반의 콘텐츠는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국 한국 콘텐츠의 장르 다양성과 실험정신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단순히 ‘넷플릭스와 협업해서 성공한다’는 시대는 끝났다. 한국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자율적으로 IP를 보유하고, 다양한 경로로 유통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의 전략적 투자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예컨대, 한국형 OTT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콘텐츠 IP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제작사와 창작자의 권익 보호 등은 시급한 과제다. 동시에 극장 산업도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콘텐츠 유통의 표준이자, 새로운 문화 권력이다. 한국이 문화강국으로서 지속적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플랫폼 활용이 아닌 ‘플랫폼 이후’를 상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콘텐츠는 자본, 기술, 유통의 삼박자를 필요로 한다. 그중 어느 하나라도 타자에 의존한다면 문화 주권은 위협받는다. 지금이야말로, K컬처가 독립적인 문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전환점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컨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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