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K9 넘어 ‘방공·우주 AI’로…한화, 폴란드서 유럽 방산지도 넓힌다

  • MSPO 2026서 저·중·고도 다층방공망과 레이저 무기 통합 제시
  • K9A2·천무·무인체계에 위성영상 AI 분석까지 포트폴리오 확장
  • 단일 무기 수출 넘어 지휘통제·탄약·정비 결합한 종합 방산기업 전략

한화가 K9 자주포와 천무를 중심으로 쌓아온 폴란드 사업 기반을 다층방공망과 무인체계, 우주 인공지능(AI) 분야로 확대한다. 개별 무기를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탐지와 지휘통제, 요격, 정밀타격, 유지·보수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 방산 솔루션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8일부터 11일까지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리는 제34회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MSPO 2026’에 공동 참가한다. 전 세계 40여개국의 약 1000개 방산기업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양사는 274㎡ 규모의 통합 전시관을 운영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은 저·중·고도에서 접근하는 다양한 위협에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다층방공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과 단거리 방공체계 H-SHORAD, 대드론 체계 H-Shield, 40㎜ 차륜형 무인방공체계를 선보인다.

각 무기체계는 한화시스템의 지휘통제체계(C2) 및 요격 드론과 연동된다. 레이더와 센서가 위협을 탐지하면 지휘통제체계가 표적의 거리와 속도, 위험도를 분석해 적절한 대응 수단을 선택하는 구조다.

다층방공망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 전장의 위협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전투기와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소형 무인기까지 속도와 고도, 가격이 서로 다른 공격 수단이 동시에 투입되고 있다. 고가의 요격미사일만으로 값싼 드론까지 대응하면 방어 비용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한화시스템이 전시하는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과 50㎾급 기동형 레이저 장갑차, 20㎾급 레이저 전술차량은 이러한 비용 문제에 대응하는 수단이다. 천광은 빛의 속도로 소형 표적을 공격하며 1회 발사 비용이 약 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레이저 무기가 기존 방공체계를 곧바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기상과 시야, 전력 공급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미사일과 기관포, 요격 드론을 함께 운용하는 복합 방공체계의 한 축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화가 여러 요격 수단을 하나의 지휘체계에 연결해 소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상전력 분야에서는 K9A1 자주포와 무인 상륙형 다연장, 무인지상차량 H-UGV를 연동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 운용 개념을 제시한다. 유인 장비가 모든 위험을 감당하는 대신 무인 장비가 정찰과 경계, 위험지역 진입 등을 분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출형 보병전투장갑차 K-NIFV와 장갑차를 적의 대전차 무기로부터 보호하는 능동방호체계도 전시한다. 해상 분야에서는 무인수상정에 천무 발사대를 결합한 ‘스트라이커-S’를 선보이며 지상 중심이던 정밀타격 체계를 해상으로 확장한다.

포병 분야에서는 K9 자주포의 성능개량형인 K9A2가 전면에 나선다. K9A2는 자동화와 운용 효율을 높인 차세대 모델로, 한화는 폴란드의 K9 3차 실행계약인 EC3 수주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55㎜ 탄도수정신관과 모듈화장약 등 고성능 탄약 패키지도 K9A2와 함께 전시한다. 무기체계의 경쟁력이 발사 장비 자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탄약의 정확도와 공급 능력, 운용비용까지 포함해 평가되는 시장 변화를 반영한 구성이다.

천무는 사거리와 임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유도탄 4종을 소개한다.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고장 가능성과 정비 시점을 예측하는 건전성관리시스템(HUMS), K9 포탑 시뮬레이터와 정비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제시한다.

이는 한화의 유럽 전략이 장비 납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훈련과 탄약 공급, 성능개량, 부품 조달, 정비까지 지원하면 고객국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장비를 운용할 수 있고 기업은 지속적인 후속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전시회 현장에서 우주 AI 솔루션도 공개한다. 실제 운용 중인 전자광학·적외선·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객체를 자동 탐지하고 상황의 변화와 이상 징후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위성이 많은 영상을 확보하더라도 사람이 일일이 판독하면 의사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AI 분석을 적용하면 넓은 지역에서 의미 있는 변화와 이동 표적을 우선 선별해 지휘관에게 전달할 수 있다. 정찰위성의 가치는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촬영하는 능력에서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는지로 확대되고 있다.

우주 AI가 지휘통제체계, 정밀타격 수단과 연결되면 탐지에서 판단과 대응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화력체계와 한화시스템의 위성·레이더·통신·AI 역량이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은 해외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다.

폴란드는 한화의 유럽 방산사업에서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K9과 천무 사업을 통해 확보한 운용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방공과 무인체계, 감시정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면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진출할 때 중요한 실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무기의 수출 경험이 새로운 체계의 계약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유럽 각국의 무기체계 및 통신망과 연동되는 상호운용성을 입증하고, 현지 생산과 기술협력, 부품 공급망, 정보보안 기준에 관한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AI가 표적과 이상 징후를 식별하는 방산 시스템에서는 오인식과 데이터 편향,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AI 분석은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되 최종 결정 권한과 책임, 검증 절차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현대 방산시장의 경쟁 기준은 개별 장비의 성능에서 전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체계 통합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화가 MSPO 2026에서 방공망과 포병, 무인체계, 위성 AI를 한 공간에 배치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회는 한화가 K9과 천무의 성공을 유럽 내 추가 수주로 이어가는 동시에 ‘한국의 화력체계 공급사’에서 ‘다영역 방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향후 경쟁력은 새로운 무기를 얼마나 많이 전시했는지가 아니라 각 체계를 실제 작전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장기간 지원할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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