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현대차그룹, 아파트 ‘로봇 발레파킹’ 실증…주차 수용력 최대 50% 높인다

  • 시흥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서 현대위아 주차로봇 실증사업 추진
  • 운전자 하차 후 키오스크·월패드로 요청하면 로봇이 차량 자동 이동
  • 최대 3.4톤 SUV 운반…주차면 효율·안전·대기시간 개선 효과 검증

운전자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세워두고 내리면 로봇이 차량을 들어 올려 빈 공간까지 이동시키는 ‘로봇 발레파킹’ 기술이 실제 공동주택에서 실증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주차 공간 부족과 혼잡, 보행자 안전 문제를 로봇 기반 스마트 주차 기술로 해결하고 향후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현대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 국비 지원과 함께 진행된다. 기술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아파트 생활환경에서 이용자 편의성과 운영 안정성, 주차 효율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실증에는 현대위아가 개발한 주차로봇이 투입된다. 두께 약 110㎜의 얇고 넓은 로봇 한 쌍이 차량 하부로 들어가 라이다 센서를 통해 바퀴의 크기와 위치를 파악한 뒤 타이어를 들어 올려 차량 전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주차로봇은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최고 초속 1.2m의 속도로 최대 3.4톤 무게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까지 운반할 수 있다. 차량이 직접 방향을 전환하거나 후진할 필요가 없어 일반 주차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도 배치가 가능하다.

이용 방법도 단순하다. 운전자가 아파트 내 지정된 입출차 구역에 차를 세운 뒤 하차하고 키오스크 또는 공동주택 월패드를 통해 입차를 요청하면 로봇이 차량 하부로 들어가 빈 주차면까지 이동시킨다.

차량을 이용할 때는 반대로 출차를 요청하면 로봇이 주차된 차량을 다시 지정된 출차 구역으로 가져오는 구조다. 사실상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 발레파킹 서비스에 가까운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 지하 1층 주차장에 총 53면 규모의 별도 실증구역을 마련하고 현대위아 주차로봇 2세트를 운영한다.

공동주택은 주차로봇의 실효성을 확인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꼽힌다. 차량 보유대수가 늘면서 구축 아파트뿐 아니라 일부 신축 단지에서도 주차 공간 부족이 지속되고 있고, 출퇴근 시간에는 빈 주차면을 찾는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이며 혼잡과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운전자가 빈 주차면을 직접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주행과 공회전이 발생해 시간과 연료가 낭비되는 문제도 있다.

로봇이 차량 이동을 대신하면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운전자와 보행자는 입출차 구역까지만 차량을 이동시키고 주차장 내부의 차량 배치는 로봇이 담당하기 때문에 사람과 자동차의 동선을 분리할 수 있다.

공간 활용도 역시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일반 주차장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고 차량이 회전할 수 있도록 주차면 사이에 충분한 통로와 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로봇 주차는 사람이 차량 사이로 이동할 필요가 없고 차량 자체의 회전 반경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같은 면적에서 기존보다 최소 20%, 최대 50%까지 주차 수용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100대를 수용하던 공간이라면 건물 구조와 운영 방식에 따라 최대 120~150대 수준까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주차장 확장을 위해 추가 토지를 확보하거나 대규모 구조 변경을 하지 않고도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 주거시설의 주차난 해결 수단으로 주목된다.

안전 측면에서도 효과가 기대된다. 주차장 내부에서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움직이는 횟수가 줄어들면 보행자와 차량 간 충돌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빈 공간을 찾기 위한 차량 이동과 공회전도 감소해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에서 단순히 로봇이 차량을 옮길 수 있는지만 확인하지 않는다.

차량 1대당 입차와 출차에 걸리는 시간, 이용자가 실제로 기다리는 시간, 주차 성공률, 로봇 가동률, 월간 작업 건수, 주차면 효율 개선율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측정할 예정이다.

특히 실제 상용화 과정에서는 로봇의 수와 이용자 대기시간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입출차가 집중되는 출근·퇴근 시간에 로봇 수가 부족하면 이용자들이 차량을 받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실증 데이터를 토대로 건물 규모와 이용 패턴에 따라 필요한 최적의 주차로봇 수와 주차면 구성을 산정할 계획이다.

가상환경 모델도 구축한다. 공동주택뿐 아니라 상업시설, 업무시설, 교통거점, 공공시설, 문화시설 등 다양한 건축물의 주차장 구조를 디지털 환경에 구현해 로봇 운영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건물 유형별 평균 대기시간과 처리량, 로봇 가동률 등을 분석하고 적정 주차면 수와 로봇 대수를 산정해 표준 운영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주차로봇 기술이 연구개발과 공장 물류 단계에서 실제 시민 생활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산업 현장에서 차량 이송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에는 일반 주민들이 생활하는 아파트에서 기술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게 된다.

향후 자율주행차와 주차로봇, 스마트빌딩 시스템이 연결되면 주차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차량이 건물 입구까지 스스로 이동하고 이후 주차로봇이 공간 효율을 고려해 차량을 배치하는 식의 완전 자동화 주차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확산을 위해서는 로봇 주차를 전제로 한 건축·소방·안전 기준과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보험 체계 등 관련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규제와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국내외 다양한 도시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표준 모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스마트도시 시대의 새로운 주차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실제 공동주택 환경에서 운영 안정성과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을 종합 검증해 국내외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확산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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