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SDV 기술, ITU 첫 국제표준 채택…194개국 활용 기반 마련
- ETRI 개발 권고안·기술보고서, ITU-T 최초 SDV 국제표준으로 공식 제정
- 제조사별 소프트웨어 규격 차이 줄이고 차량 서비스 호환성 확대 기대
- 차홍기 ETRI 실장, 한국인 최초 자율주행·차량 멀티미디어 표준화 의장 선임
한국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분야의 첫 국제표준을 주도하며 미래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 기준이 전 세계 194개 국제전기통신연합 회원국에서 활용될 수 있는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데 이어, 한국인이 관련 국제표준화 작업반 의장에 처음 선임되면서 향후 자율주행차 표준 논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함께 추진한 SDV 국제표준 개발 과제를 통해 마련한 권고안과 기술보고서가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의 국제표준으로 공식 제정됐다고 6일 밝혔다.
해당 결과물은 지난 7월 6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스터디그룹21 회의에서 채택됐다. 특히 ETRI가 개발한 권고안은 ITU-T가 제정한 최초의 SDV 국제표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DV는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전, 편의 기능 등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돼 제어하고 개선하는 미래형 자동차 개념이다.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권고안은 SDV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응용 기능과 서비스 관리 기능, 연결·네트워킹 기능 등 세 가지 핵심 요소별 기술 요구사항을 규정했다.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 소프트웨어 기업이 SDV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공통으로 참고할 수 있는 기본 설계도 역할을 하게 된다.
기술보고서에는 SDV의 개념과 핵심 기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클라우드 기반 차량 관리, 산업 및 표준화 동향, 향후 국제표준 개발 방향 등이 담겼다. 각국 정부가 미래차 정책을 수립하거나 기업이 기술 개발 전략을 세울 때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지식 기반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각자 독자적인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며 SD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왔다. 그러나 제조사마다 플랫폼 구조와 인터페이스가 달라 외부 소프트웨어 기업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동일한 기능을 여러 차량에 적용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국제표준이 산업 현장에 확산되면 제조사별 규격 차이로 발생하는 개발 부담을 낮추고 차량과 서비스 간 호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차량용 운영체제, 인포테인먼트, 통신, 클라우드, 보안, 애플리케이션 기업의 시장 참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엔진과 차체 등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술에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인공지능, 통신 기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표준 선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초기 표준을 주도한 국가와 기업은 향후 기술 인증과 제품 개발, 산업 생태계 구성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정부와 연구기관이 2024년부터 올해까지 총 11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서비스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인터페이스 표준 개발’ 과제의 결과다. 차홍기 ETRI 지능정보표준연구실장이 연구책임자를 맡았고, 김성한 책임연구원과 홍정하 책임연구원이 각각 권고안과 기술보고서 개발에 참여했다.
차 실장은 표준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ITU-T 자율주행 및 차량 멀티미디어 표준화 작업반의 신규 국제 의장인 라포처로 선임됐다. 이 자리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이 맡아왔으며, 한국인이 정식 의장으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 실장은 앞으로 자율주행과 차량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표준 과제를 발굴하고 회원국과 기관 간 논의를 조정하게 된다. 표준안 검토부터 합의 형성, 최종 승인에 이르는 절차를 총괄하는 핵심 역할도 수행한다.
정부는 이번 국제표준 제정과 의장직 수임을 계기로 한국이 자동차 제조 강국을 넘어 차량용 소프트웨어 표준 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SDV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센서 입력부터 차량 제어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는 종단 간 자율주행 기술의 국제표준 연구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국제표준 채택이 곧바로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규격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표준을 실제 상용 서비스와 차량 플랫폼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고 글로벌 완성차·부품·소프트웨어 기업과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향후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자동차 강국인 대한민국이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국제표준까지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차량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SDV에 이어 종단 간 자율주행 관련 국제표준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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