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도 연금 깎이지 않는다…6월부터 월 509만원까지 국민연금 전액 수령
- 재직자 감액 제도 단계적 폐지로 ‘일하면 손해’ 구조 전환
- 약 13만 명 혜택, 연금 삭감으로 못 받은 금액만 연 2400억 원
- 초고령사회 대응한 노동 유인 정책, 재정 부담은 과제로 남아
‘일하면 연금이 깎인다’는 오랜 인식이 제도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재직자 감액 제도를 손질하면서, 올해 6월부터는 월 소득이 509만원에 이르더라도 국민연금을 한 푼도 깎이지 않고 전액 수령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은퇴 이후에도 일할수록 손해를 보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첫 단계라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일하는 고령층의 소득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핵심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소득을 올릴 경우 연금을 감액하던 재직자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약해 온 제도적 족쇄를 풀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됐다.
현재 제도에서는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근로소득을 얻으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소득인 이른바 ‘A값’을 기준으로 연금이 줄어든다. 2025년 기준 A값은 약 309만원으로, 은퇴 후 재취업 등을 통해 월 309만원을 넘겨 벌 경우 연금이 깎였다. 감액 기간은 최대 5년, 감액 폭은 최대 50%에 달해 ‘성실하게 일할수록 손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피해 규모도 적지 않았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약 13만7000명의 연금 수급자가 근로소득을 이유로 총 2429억원의 연금을 받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재직자 감액 제도가 노인의 노동 참여를 저해한다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해 왔다.
정부는 우선 올해 6월부터 감액 구간 5단계 가운데 하위 2개 구간을 폐지한다. 이에 따라 A값에 200만원을 더한 월 소득 약 509만원 미만까지는 연금 감액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월 소득 309만~509만원 구간에 있던 수급자들은 매달 최대 15만원가량 연금이 줄었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따른 연금을 온전히 받게 된다. 이 조치로 약 13만 명의 고령층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연금 보전 차원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노동시장 전략으로 해석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숙련된 고령 인력이 계속 일터에 머물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들이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일하는 국가 중 하나로, 제도 개선이 노동시장 현실을 뒤따라가는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재정 부담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하위 1·2구간 감액 폐지에만 향후 5년간 약 5356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상황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 남은 고소득 구간에 대해서도 감액 제도 추가 폐지 여부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일을 하면 연금이 깎인다는 불합리함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이번 개선을 통해 어르신들이 소득 공백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노인’이 더 이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제도 보완과 재정 논의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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