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창립 73주년…김승연 회장 “목표는 글로벌 선두”

• 방산·조선 성공 경험 전 계열사로 확산 주문
• “달라진 위상에 안주 말고 개척정신으로 나아가야”
• AI 방산·항공엔진·에너지 등 원천기술 확보 강조

한화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글로벌 선두 도약’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9일 기념사에서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의 선두가 돼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제 글로벌 리더”라고 밝혔다.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출범한 한화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신념으로 성장해온 그룹이다. 김 회장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출발한 한화가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의 자세로 한화의 100년, 2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기념사에서 특히 방산과 조선 분야에서 축적된 성공 경험을 그룹 전체로 확산할 것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북미,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방산, 조선, 에너지, 금융, 기계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냉철한 국제 정세 판단과 신속한 네트워크 구축, 대담한 현지 진출이 글로벌 선두로 도약하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 기업으로 떠올랐다. 김 회장은 이를 “신중함과 과단성의 조화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 조선소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목받으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약 40조 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127조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김 회장은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긴 것은 우리 위상이 달라졌다는 증거지만, 달라진 평가에 젖어 관행을 답습하는 순간이 위기의 시작”이라며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원천기술 확보를 그룹의 지속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AI 방산의 무인기 센서, 첨단 항공엔진, 초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해야만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가 선도자로 올라서는 유일한 길은 원천기술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을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으로 규정했다. “안전은 기술보다 앞서는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라며 “설비와 공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창립기념일이 추석 연휴와 겹친 관계로 별도 행사를 열지 않았으며, 연휴 이후 각 계열사별로 장기근속자 포상과 사내 방송을 통해 창립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진행한다. 김 회장은 “한화가 임직원 모두의 꿈을 실현시키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모든 임직원이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이며, 주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념사는 창립 70주년 이후 이어온 ‘개척정신’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초심으로 도전하고 혁신해야 한다”(2019년),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본능을 배워야 한다”(2006년)며 변화와 진화를 강조해왔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이번 발언이 방산·에너지 중심의 글로벌 시장 확대뿐 아니라, 차세대 AI·모빌리티·신재생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적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AI 기반 방산 시스템, 친환경 에너지 기술, 조선 분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 미래 산업 중심의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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