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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17년 만에 공동발표문…“미래지향 협력·한미일 공조 강화”

  • 양국 정상, 셔틀외교 복원 및 미래산업·인적 교류 확대 합의
  • 북핵·사이버 위협·북러 군사협력 공동 대응 강조
  • 과거사·日 수산물 수입 등 민감 현안은 의도적으로 배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17년 만에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문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채택된 한일 정상 간 합의 문건이다. 양 정상은 ▲정상 간 교류 및 전략적 인식 공유 ▲미래산업 협력 확대 ▲인적 교류 활성화 ▲한반도 평화 및 북한 문제 공동 대응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등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협력 의제를 구체화했다.

양국은 특히 셔틀외교 복원을 공식화하며 정상 간 정례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한일 관계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경제·사회 협력에서도 합의가 도출됐다. 양국은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저출산·고령화·지방 소멸 등 공통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 간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청년 교류 확대 차원에서 한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도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공동언론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안보 분야에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확인하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및 북·러 간 군사협력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일본 측 최우선 과제인 납치 문제 해결 노력 역시 포함됐다.

이시바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문에는 과거사 문제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 등 민감한 현안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갈등 소지가 있는 의제를 배제하고, 당장 실질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는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 성격도 갖는다.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이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한일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역내 전략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시바 기게루 총리가 언론공동발표를 마친 뒤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이 쉽고 빠른 협력 과제부터 성과를 내며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과거사 문제 등 난제는 남아 있지만, 한일 관계가 경제·안보·청년 교류를 매개로 한 실용 협력 단계로 재편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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