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기획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자원 순환의 게임체인저?

  •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배터리 폐기물의 시대적 과제
  • 리사이클링 산업, 희소금속 자원 확보와 탄소 감축의 핵심
  • 한국, 기술 상용화 단계 진입… 글로벌 경쟁 본격화

전기차(EV)의 가파른 성장세가 새로운 자원 순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 폐기가 아닌 ‘재활용’이 정답이다. 이른바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희소금속 자원의 안정적 확보, 환경 오염 최소화, 나아가 경제적 기회 창출의 관점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고가의 희소금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자원은 매장량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안정적 수급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반하며, 전기차 시장의 공급망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가 아닌, 자원 확보 전략이자 친환경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시 광산(urban mining)’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며, 폐배터리를 새로운 금속 공급원으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로 리사이클링을 통해 리튬은 95% 이상, 코발트는 98%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도 이 분야에 적극적이다. 테슬라 배터리 공급업체인 파나소닉은 일본과 미국에 리사이클링 전용 시설을 확대 중이며, 중국 CATL은 폐배터리 회수부터 재사용,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솔루션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의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리사이클(RecycLiCo), 리드(Reed) 등도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포스코퓨처엠, 성일하이텍, 새로닉스, 코스모신소재 등 배터리 소재 및 재활용 전문 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습식제련 기술을 보유해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초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배터리 반납 의무 강화, ▲공공 배터리 자원 순환센터 확대, ▲리사이클링 기업에 대한 세제·재정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산업부는 2030년까지 폐배터리 산업 규모를 약 20조 원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리사이클링은 탁월한 선택지다. 배터리를 그대로 매립할 경우 중금속 누출로 인한 토양 및 수질 오염이 우려되며, 소각 시에는 이산화탄소와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리사이클링은 자원 절약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리튬을 채굴해 생산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약 7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폐배터리의 수거 체계가 아직 미흡하다. 특히 사용 후 배터리의 정확한 상태 판단과 이력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다. 둘째, 배터리 제조사별로 구조가 달라 리사이클링의 효율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표준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국내 기술은 글로벌 선두 기업 대비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리사이클링 산업이 전기차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처럼 자원 빈국인 나라일수록 이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크다. 더 나아가 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리사이클링은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산업의 미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 전기차는 단순한 수송 수단이 아니라, 자원과 에너지, 환경의 문제를 풀어내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배터리가 있고, 배터리의 미래는 리사이클링에 달려 있다. 이 산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다면, 우리는 ‘버려지는 에너지’ 없이 순환하는 경제의 실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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