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오픈AI, 반도체까지 손댔다…AI칩 자립으로 ‘엔비디아 굴레’ 벗는다

  • 브로드컴과 10GW 규모 AI칩 공동 설계 착수, ARM과 CPU도 개발
  • AI모델에서 하드웨어까지 수직통합 가속…자체 인프라 생태계 구축
  • 글로벌 AI칩 전쟁 본격화…“100억명 모두 자신만의 AI 가속기 갖게 될 것”

오픈AI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본격 진입하며 기술 생태계의 전면 재편을 예고했다. AI 모델을 개발하던 기업에서 이제는 AI 인프라의 핵심인 칩을 직접 설계하는 하드웨어 기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 중심의 GPU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13일(현지시간) 오픈AI는 반도체 설계기업 브로드컴과 손잡고 10기가와트(GW) 규모의 AI 가속기를 공동 설계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칩은 네트워크 시스템이 통합된 랙 형태로 내년 하반기부터 2029년까지 오픈AI의 데이터센터에 단계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오픈AI는 이와 함께 영국 ARM과 협력해 자사 AI칩과 호환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프로젝트는 오픈AI가 자체 AI 서버 구조를 완전히 설계하고 통합하는 수직적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다.

이번 협력에서 브로드컴은 반도체 설계 및 네트워킹 기술을 제공하며, 오픈AI는 자사 AI 모델을 활용해 칩의 구조와 효율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은 “18개월 전부터 브로드컴과 협력해왔다”며 “AI 모델이 직접 설계 효율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ARM의 CPU 기술은 오픈AI의 맞춤형 AI 가속기와 결합돼 고성능·저전력 AI 서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트랜지스터 식각부터 최종 토큰 출력까지 모든 단계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수직통합은 AI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GPU가 기성복이라면, 오픈AI의 칩은 맞춤형 양복처럼 설계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오픈AI의 하드웨어 진출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수순이기도 하다. 챗GPT의 주간활성이용자가 8억 명을 돌파하고, AI 영상 제작 툴 ‘소라2(Sora2)’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인프라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브록먼 사장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만의 AI 가속기가 필요한 시대가 온다”며 “이상적으로는 100억 인류가 각자 하나씩 AI 비서를 갖게 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칩 프로젝트를 위한 천문학적 자금 조달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오픈AI-브로드컴 계약으로만 3,500억~5,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오픈AI는 소프트뱅크 및 오라클과 함께 5,000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며, ARM과의 협력으로 인프라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ARM과 오픈AI의 협력을 직접 조율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는 올해 들어 60% 이상 급증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8개 클라우드기업의 올해 자본투자 규모는 4,200억달러(약 6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AI칩 자립에 나선 오픈AI의 결정은 이 경쟁 구도 속에서 독립적 기술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AI 주권 선언’으로 평가된다.

결국 오픈AI의 브로드컴·ARM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를 대체할 ‘AI 반도체 동맹’의 서막으로 볼 수 있다. 혹 탄 브로드컴 CEO는 “이번 협업은 범용 인공지능(AGI)을 향한 여정의 분수령”이라며 “개방형 네트워크와 맞춤형 가속기의 결합이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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