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36년 만에 우지라면 부활…프리미엄 ‘삼양 1963’으로 명예 회복 선언

• 우지 파동 발생일에 맞춰 출시…“복고 아닌 미래 위한 초석” 메시지 강조
• 동물성 우지·팜유 혼합 ‘골든블렌드 오일’로 감칠맛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
• 창업 정신 계승·브랜드 명예 회복 의지…국내 점유율 확대 전략 본격화

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우지(소기름) 라면을 부활시키며 프리미엄 신제품 ‘삼양 1963’을 출시했다. 1989년 우지 파동이 발생했던 같은 날인 11월 3일에 발표를 진행한 것은, 왜곡된 정보로 훼손됐던 명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은 행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삼양 1963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며 “진심의 귀환이자 삼양의 정직성을 증명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신제품 ‘삼양 1963’은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1963)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핵심 차별점은 동물성 우지와 식물성 팜유를 황금비율로 조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긴 점이다. 사골 육수 기반 액상스프에 무·대파·청양고추를 더해 국물 맛을 끌어올렸고, 단배추·홍고추 등 큼직한 후레이크로 식감을 강화했다. 기존 삼양라면보다 원가가 높지만, 맛 중심 소비 트렌드가 강화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해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를 선택했다.

우지 파동의 기억은 이번 제품의 의미를 더욱 부각한다. 당시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제보가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됐고, 삼양식품은 즉시 우지라면을 회수했다. 이후 정부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무혐의가 확정됐지만 기업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이후 줄곧 팜유만 사용해왔고, 시장 점유율도 과거 80% 수준에서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들은 이번 제품 출시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정신을 계승하고 브랜드 자존심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김 부회장은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품었던 한을 언급하며 “이제야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아리 품질안전부문장은 우지의 건강성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식물성·동물성 유지 모두 1g당 칼로리는 동일하며, 콜레스테롤 함량도 우지가 계란 노른자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이번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국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77%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농심·오뚜기 대비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있어 주력 국물 라면 제품 확보가 필요했다. 불닭볶음면 중심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 역시 이번 출시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채혜영 삼양부문장은 “우지는 팜유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성과 맛에 대한 자신감이 결정을 이끌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삼양 1963의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새 제품이 기존 삼양라면의 매출을 넘어설 만큼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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