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엔터

뮤지컬 ‘물랑루즈!’ 재연 흥행 질주… K-공연 산업의 스펙터클 경쟁 시대 열렸다

  • 3년 만의 귀환, 개막 주간 전석 기립으로 증명된 압도적 시장 흡입력
  • ‘프리 쇼’·매시업 사운드·초대형 무대장치 등 글로벌 공연 트렌드 총집합
  • 스타 캐스팅 중심 한국 뮤지컬 산업, 초대형 IP 중심의 체계적 제작 단계로 이동

뮤지컬 ‘물랑루즈!’가 3년 만의 재연으로 돌아오며 개막 주간부터 전석 기립과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내며 흥행 시동을 걸었다. 제74회 토니어워즈 10관왕 작품답게,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붉은 조명과 초대형 코끼리·풍차 구조물이 구현하는 공간감, 그리고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을 몰입시키는 ‘프리 쇼’까지 첨단 스펙터클을 총동원한 무대 구성은 국내 관객에게 강렬한 충격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번 재연의 폭발적 반응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초대형 IP 기반 공연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연부터 작품의 핵심을 완성해온 배우진 역시 흥행의 견인 요소로 꼽힌다. 크리스티안 역의 홍광호·이석훈·차윤해는 각기 다른 색채로 캐릭터를 확장하며 작품의 감정적 깊이를 더했다. 특히 홍광호는 무대 장악력과 감정 연기 모두에서 ‘크리스티안 그 자체’라는 평가를 다시 얻었고, 이석훈은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으로 새로운 관객층을 흡수했다. 사틴 역의 김지우·정선아도 폭발적 가창력과 압도적 존재감으로 재연의 핵심 축을 완성했다. 여기에 조연진의 연기적 안정감과 치밀한 군무는 한국 공연 산업에서 상향평준화된 앙상블 역량을 보여주며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물랑루즈!’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70여 곡의 매시업 사운드는 이번에도 관객 반응을 주도했다. 아델·마돈나·비욘세·레이디 가가 등 시대를 아우르는 팝 명곡들을 재해석해 서사와 결합한 음악 구성은 관객이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뛴다”고 말할 만큼 폭넓은 몰입을 이끌었다. 이러한 구조는 글로벌 뮤지컬 산업이 ‘복합 음악 IP’에 기반한 감성 소비로 옮겨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각적으로는 수백 벌의 호화 의상과 기계적으로 완성도 높은 군무, 무대 전체를 감싸는 조명·장치·세트가 결합해 ‘스펙타큘러’라는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정선아, 이석훈(가운데)와 앙상블

흥미로운 점은 이번 재연의 관객 반응 대부분이 “초연보다 완벽해졌다”는 데 집중된다는 것이다. 초연이 신선한 충격을 줬다면, 재연은 국내 공연 제작 역량이 한 단계 체계화·정교화된 상태로 돌아왔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CJ ENM과 같은 대형 제작사가 글로벌 수준의 프로덕션 운영 체계를 확보하면서 한국 뮤지컬 산업이 스타 캐스팅 중심의 흥행 모델을 넘어, 초대형 IP·완성도 중심의 제작 산업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물랑루즈!’의 흥행은 연말·연초 공연 시장 전체의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만들고 있다. 관객은 “3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다시 보고 싶은 공연 0순위” 등 재관람 의지를 보이며 소비력도 강화됐다. 국내 공연 산업의 성장 방향 역시 단순 재연 혹은 라이선스 공연의 나열이 아니라, 세계적 IP를 국내 제작 역량으로 재해석하는 ‘로컬라이징 경쟁’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따라붙는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이어질 내년 2월까지의 장기 공연은 올해 시장의 수요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