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잊은 한국 시장…일본 주류, 팝업·프리미엄 전략으로 질주
- 일본 맥주·사케 수입량 역대 최고…엔저·한일관계 개선 효과
- 삿포로·아사히·산토리 등 체험형 마케팅 강화…MZ 공략 본격화
- 기린 효케츠 국내 출시…RTD 시장에도 ‘일본風’ 확산
일본 주류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그야말로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 전략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맥주와 사케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브랜드 체험 중심의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시장을 제2의 격전지로 삼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4만367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노재팬’ 운동으로 2020년 6000톤대까지 급감했던 수입량이 완전히 회복된 수치다. 사케 수입량도 같은 기간 3330톤으로 9.8% 늘며 연간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반일 감정이 사실상 사라지고, 일본 제품에 대한 거리낌이 줄어든 데다, 일본 여행 경험이 많은 2030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일본 주류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 일본 주류 브랜드들은 단순 유통을 넘어 브랜드 경험을 내세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삿포로는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를 서울 성수동에 상설 운영 중이며, 소비자들이 생맥주를 직접 마시며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 한정 맥주 ‘겨울이야기’ 공급도 확대 예정이다. 에비스는 파라다이스호텔, 리조트 등과 연계한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100년의 프리미엄’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체험 중심 캠페인을 확대 중이다.
아사히맥주와 광고회사 덴츠가 공동 기획한 ‘스마도리 팝업스토어’도 성수동에서 진행 중이다. 이는 무알코올·저도수 트렌드를 겨냥한 전략으로, 소비자가 직접 알코올 테스트를 경험하고 맞춤형 주류를 시음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스마트 드링킹’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기린의 RTD(즉석음용주) 브랜드 ‘효케츠’를 국내에 첫 선보였다. 효케츠는 2001년 출시 이후 일본 RTD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브랜드로, 이번에 복숭아 맛 제품 ‘효케츠 모모’를 출시했다. 도수 6.3%의 깔끔하고 적당히 달콤한 맛을 내세워 남녀 모두가 즐기기 좋은 술로 어필하고 있다. RTD 시장은 최근 하이볼 열풍과 함께 급성장 중으로, 국내에서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주류 업계도 일본 브랜드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프로모션과 체험형 이벤트를 확대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주류 기업들이 한일관계 개선,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그리고 감각적인 마케팅을 모두 등에 업고 전방위 공략을 펼치고 있어, 주류 시장의 ‘일본 풍’ 확산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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