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 美 아케로 7조원 인수…MASH 치료제 포트폴리오 강화
- 비만·당뇨 특허 만료 앞두고 대사질환 신약 확보 나서
- FGF21 유사체 ‘에프룩시퍼민’ 임상 3상 단계…간 손상 역전 가능성 주목
- 빅파마 잇단 M&A 행렬…항암·대사질환 중심 글로벌 경쟁 격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미국 바이오기업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를 최대 52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에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비만·당뇨 치료제 특허 만료에 대비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9일(현지시간) 아케로의 발행주식 전량을 주당 54달러(총 47억 달러)에 인수하며, 향후 핵심 신약 후보물질 ‘에프룩시퍼민(efruxifermin)’이 2031년 6월 30일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주당 6달러(총 5억 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부 가치권(CVR)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절차는 규제 당국의 승인 이후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다.
아케로는 FGF21 유사체 기반의 MASH 치료제 ‘에프룩시퍼민’을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3상 ‘SYNCHRONY’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96주간 진행된 임상 2b상 시험에서는 간 섬유화를 유의하게 개선하고 대상성 간경변을 역전시킨 결과가 관찰됐다. 에프룩시퍼민은 중등도에서 진행성 간 섬유증(F2–F3) 환자군에서 섬유화를 49% 감소시켰으며, 위약군 대비 현저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위고비(Wegovy)로 대표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이어, MASH 영역에서도 차별화된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 위고비는 올해 8월, 미국 FDA로부터 중등도에서 진행성 간 섬유화를 동반한 비 간경변성 MASH 성인 환자 치료제로 승인받은 최초의 GLP-1 약물이다.
마이크 다우스다르 노보 노디스크 CEO는 “MASH는 소리 없이 진행되는 질병으로 수많은 환자의 삶을 위협한다”며 “에프룩시퍼민은 간 손상을 역전시킬 잠재력을 지닌 혁신적 치료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물질은 위고비와 병용요법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대사질환 전반에 걸친 치료 옵션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 일라이 릴리(Eli Lilly)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체질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항암제·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수조 원대 M&A를 잇따라 추진하며, 제약 산업의 ‘신약 확보 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덴마크 젠맙(Genmab)이 네덜란드 항암 신약 개발사 메러스(Merus)를 80억 달러에, 미국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Metsera)를 49억 달러에, 스위스 로슈(Roche)가 MASH 치료 후보를 보유한 89바이오(89bio)를 24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자, 빅파마들이 공격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형 제약사들이 임상 후속단계 자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는 바이오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 회복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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