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독일 HKW 국제문학상 수상
- 아시아인 최초·시집 최초 수상…심사위 만장일치 선정
- “죽음의 언어로 울림을 만든 시”…번역가 2인과 공동 수상
- 메르스·세월호 등 사회적 비극 담아…세계적 문학성 재조명
김혜순 시인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Autobiographie des Todes)』으로 독일 세계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문학인 최초이자 아시아인 최초의 수상자로 기록된 이번 수상은, 시집으로 이 상을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HKW는 17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김혜순 시인을 올해의 수상자로 발표했다. 후보에는 튀르키예, 캐나다, 우크라이나, 프랑스, 미국 작가 등 총 6명이 올랐으며, 김 시인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번역가 박술과 울리아나 볼프도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사람은 대산문화재단의 지원 아래 시집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올해 2월 독일 출판사 S.피셔를 통해 출간됐다.
심사위원단은 “김혜순 시의 경의로움은 불가사의함 속에서 명확히 드러난다”며 “그 시어들은 반복을 통해 더 깊은 의미를 드러내고,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의 길을 열어준다”고 평했다. 최종 후보 발표 당시에는 “죽음의 언어로 쓰인 이 시편들이 저승의 문턱에서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찬사도 나왔다.
『죽음의 자서전』은 시인이 2015년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경험을 바탕으로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비극을 목도하며 쓴 49편의 시를 엮은 작품이다. 이 시집은 영어로도 번역돼 2019년에는 그리핀시문학상, 2021년엔 스웨덴 시카다상, 2024년에는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등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국제문학상은 매년 독일어로 번역된 현대문학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 수여되며, 총상금 3만5000유로 중 2만유로는 작가에게, 1만5000유로는 번역가에게 돌아간다. 김 시인은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영상으로 소감을 전하며 번역자, 심사위원, 출판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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