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진화…맞춤형 반도체 시대 연다”

• 공급자에서 ‘창조자’로…AI 연산 구조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공동 혁신 선언
• 커스텀 HBM·AI-D·AI-N 등 차세대 AI 메모리 전격 공개…HBM5 로드맵도 첫 발표
• 글로벌 빅테크와 생태계 협업 강화…엔비디아·오픈AI·TSMC 등과 공동 개발 확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AI 시대에 맞춘 새로운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단순히 메모리를 공급하는 ‘프로바이더’를 넘어, AI 컴퓨팅 구조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진화하겠다는 방향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AI 확산으로 데이터 이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메모리 월’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미래 AI 생태계의 핵심 조력자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곽 대표는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메모리는 더 이상 주변적 부품이 아닌 AI 가치 사슬의 핵심”이라며 “AI 성능의 병목을 해결하는 새로운 메모리 설계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그동안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시스템 아키텍처 단계부터 함께 설계하고 미래 가치 창출에 동참하는 ‘창조자’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AI 전용 메모리의 3대 축인 커스텀 HBM, AI-D(DRAM), AI-N(NAND)를 공개하며 차세대 기술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커스텀 HBM은 GPU나 ASIC에 존재하던 일부 로직 기능을 HBM 베이스 다이에 통합해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고 성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시장 맞춤형 설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HBM4E 개발 착수를 2026년으로 제시했으며, 2029년 이후 HBM5·HBM5E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처음 공개했다.

AI-D와 AI-N 역시 기존 범용 D램·낸드 제품군을 세분화해 고성능 AI 추론과 학습에 최적화한 형태로 확장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메모리 인 프로세서(PIM), 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HBF) 등 신규 솔루션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AI 메모리 대전의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파트너십도 한층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디지털 트윈 기반 생산 혁신을 진행하고 있으며, TSMC와는 차세대 베이스 다이 개발을 협력 중이다. 오픈AI에는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고, 샌디스크와는 HBF 국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네이버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최적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생태계 기반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비전 발표가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AI 시대가 요구하는 메모리 주도 모델을 공식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연산이 고도화될수록 병목 해결 능력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메모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곽 대표는 “AI 시대에는 더 이상 하나의 기업만으로 미래를 열 수 없다”며 “고객과 파트너와 함께 기술의 경계를 넓히며 최고의 AI 메모리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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