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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이 대통령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결단 요청, 트럼프 조선업 부흥 환영

  •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톱다운’ 추진…방위비 증액으로 미군 부담 경감 약속
  • 필라델피아 조선소 한화 인수 강조…경제 협력 통해 동맹 실질화 모색
  • 북미 회담 불발에도 ‘피스메이커’ 역할 격려, 한반도 평화 씨앗 심기

경북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87분에 걸친 이번 회담은 지난 8월 워싱턴에서의 첫 만남 이후 두 달 만으로,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경제 협력을 핵심 의제로 삼아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안보 패키지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 회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회담에 앞서 치러진 공식 환영식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트럼프가 처음 이 영예를 안은 인물로, 그는 훈장을 받고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라며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이어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로 건네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선물,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상징적인 행사로 시작된 회담은 곧바로 실질적 안보·경제 의제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전에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드리지 못해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며 핵추진 잠수함 관련 현안을 먼저 꺼냈다. 그는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 추적에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동·서해 방어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미군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핵심 쟁점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부문 협의를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지해 주신 것으로 이해한다”며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 주시면 문제가 빠른 속도로 해결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보 분야에서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 의지도 재확인했다. “현재 우리 방위비 지출은 북한 1년 총생산의 1.4배 수준으로 전 세계 군사력 평가 5위”라며 “그럼에도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 역량을 대폭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APEC 회원국들 사이에서 부상하는 ‘공동 안보 부담 분담’ 트렌드와 맞물려, 한미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당신과 팀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응답, 동맹 강화에 대한 상호 신뢰를 확인했다.

경제 협력 측면에서는 조선업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며 “조선 협력을 적극 추진해 양국 경제와 동맹 실질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적극 환영하며 “한국이 조선업의 대가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특히 “필라델피아 조선소와 다른 여러 곳에서 한국 기업들이 들어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한화그룹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콕 집어 “짧은 기간 안에 최고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 아래 조선업 부흥을 위한 해외 파트너십 확대 추세를 반영한 발언으로,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조선 기술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무역 적자 해소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 정상은 관세 협상의 교착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에 남은 구름이 있지만 조만간 걷힐 것”이라고 밝히며 신속 타결 의지를 드러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기대를 모았던 북미 정상회담 불발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잘 수용하지 못한 상태”라며 불발 원인을 설명했으나, “회담 요청 자체만으로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추켜세우며 “취임 9개월 만에 세계 8곳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그 역량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면 제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잘 알고, 우리는 잘 지낸다.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만 기대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은 오후 2시 39분부터 4시 6분까지 이어졌으며, 저녁에는 베트남·호주·뉴질랜드 등 7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특별 만찬이 예정돼 있다. 이번 경주 회담은 한미 관계의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전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나, 구체적 합의 도출까지는 추가 실무 협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양국의 협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정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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