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세대 정보보호 국제표준 주도…ITU서 신규 표준화 13건 승인

2025년 12월 14일 굿퓨처데일리 서정원 기자

디지털 신분증·차량 보안·메타버스 신뢰성 등 미래 보안 핵심 분야 선점
AI 보안 전담 연구과제 신설 합의…국제 표준 리더십 강화

한국이 차세대 정보보호 분야 국제표준 논의의 중심에 섰다. 디지털 신원부터 양자암호, 메타버스, 차량 보안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신규 표준화 항목을 승인받으며 글로벌 규칙 설정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신규 표준화 항목 13건이 승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제표준 13건이 사전채택됐고, 국제표준 1건과 기술보고서 1건, 오류정정서 1건도 최종 승인됐다.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66개 회원국에서 482명의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한국은 산·학·연으로 구성된 76명의 국제 보안 표준 전문가가 참석해 총 80건의 국내 정보보호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전체 221건의 기고서 가운데 한국의 점유율은 36%로, 중국(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승인된 신규 표준화 항목에는 종단 간 암호기술을 양자키 분배 네트워크에 적용하기 위한 보안 표준, 디지털 신분증에서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보안 기능, 차량 보안 강화를 위한 차량용 침입탐지시스템, 메타버스 환경에서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과 요구사항, 메타버스·디지털트윈·사물인터넷·분산원장기술을 포괄하는 차세대 보안 로드맵 개발 등이 포함됐다. 미래 디지털 사회의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내용이 다수다.

또 분산원장기술 기반 응용 보안 기술과 소프트웨어 공급망 보안 위협 등 한국이 다년간 주도적으로 개발해 온 13건의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사전채택됐다. 모바일 단말 보안성을 평가하는 보안기능 국제표준, 메타버스 응용에서 아바타 데이터 보호를 위한 환경 분석 기술보고서, 분산원장기술 기반 데이터 접근·공유 관련 오류정정서도 이번 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인공지능 보안이다. 정보보호연구반은 AI 자체 보안, 생성형 AI 모델, 딥페이크 탐지, 파인튜닝 보안 등 전반적인 AI 보안 기술을 전담할 연구과제(Question 16)를 잠정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은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보안 등 신흥 분야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해 새로운 국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정규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차세대 보안 분야에서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며 “AI 보안 표준 개발의 시작은 정보보호 산업과 시장을 확대할 중요한 기회인 만큼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 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번 성과는 향후 글로벌 정보보호 질서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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