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통

은행 창구서 주민등록증 못쓴다…대출·계좌 개설 전방위 차질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시스템 마비
  • 공공 마이데이터 중단으로 대출 심사 지연·일부 상품 접수 불가
  • 인터넷은행·우체국 금융서비스 마비, 고객 불편 장기화 우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 여파로 금융권 업무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은행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 대출 심사 등에서 주민등록증을 활용한 본인 확인이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화재 발생 이전에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만이 대체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다.

문제는 본인 확인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어 추가적인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행정 서류를 은행이 온라인으로 발급받는 절차가 막히면서, 고객이 직접 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을 방문해 실물 서류를 확보해 와야만 심사가 가능하다. 특히 부동산 거래나 긴급 생활자금을 위해 신용대출을 추진하던 고객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직격탄을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직접 발급받은 서류를 사진으로 업로드해야 대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케이뱅크는 일부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 대출이 중단됐으며, 토스뱅크 역시 전·월세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는 비대면만을 전제로 한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고객 타격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우체국 금융서비스 역시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송금이나 오픈뱅킹을 통한 잔액 조회, 예금·보험 업무 등에서 지연과 중단이 발생했으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편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복구 작업을 서두르며 29일 정상화를 목표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 전산망의 백업체계 부재를 다시금 드러냈다. 국가 차원의 전산 인프라가 단일 시설 화재로 마비되면서, 금융·우편·행정 전반이 동시다발적으로 멈춰섰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분산 배치와 다중 백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전환에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 모두 위기 대응 능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설치하고 주요 금융그룹과 함께 현황 점검에 나섰으며, 은행권은 영업점 창구 중심의 대면업무 확대와 고객 안내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전산망 복구가 지연될 경우, 혼란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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